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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이야기의 시작 : 수호가 떠난 뒤 달라진 가족의 일상
2. 가족 관계 : 정일과 순남, 예솔이 겪는 서로 다른 슬픔
3. 전하는 메시지 : 수호의 생일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1. 이야기의 시작 : 수호가 떠난 뒤 달라진 가족의 일상
영화 <생일>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아들 수호를 잃은 가족의 이야기다. 사고 당시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 주기보다 그날 이후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따라간다.
영화는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지내던 아버지 정일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정일은 아내 순남과 딸 예솔을 만나기 위해 집을 찾아가지만 순남은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가족이 이사한 집도 몰랐던 정일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었는지 실감한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간 정일에게 순남은 이혼 서류를 건넨다. 오랜만에 돌아온 남편을 반갑게 맞이하기는커녕 헤어지자고 말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순남이 그동안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쉽게 원망할 수 없다.
정일은 해외에 머무는 동안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순남은 남편 없이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고, 어린 딸 예솔을 돌보며 생활을 이어 왔다.
집 안에는 수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수호가 사용하던 방과 물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순남은 이제 입을 사람이 없는 아들의 옷을 사 오기도 한다.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밤에 현관 센서등이 켜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남이 기억에 남는다. 혹시 수호가 돌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현관 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안타깝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작은 불빛이 순남에게는 아들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된다.
수호가 없는 집에서도 하루는 계속된다. 순남은 마트에서 일하고 예솔은 학교에 다닌다.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며 평범하게 생활하지만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다.
순남이 수호의 방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도 마음에 남는다. 울음소리를 듣고 찾아온 이웃이 순남을 말없이 안아 주는 모습에서는 긴 설명보다 곁에 있어 주는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평소처럼 집에 들어오고, 아들의 방을 바라보고, 물건을 정리하는 순간에도 그리움은 계속된다.
2. 가족 관계 : 정일과 순남, 예솔이 겪는 서로 다른 슬픔
정일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족에게 다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순남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정일에게는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고, 순남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을 혼자 견뎌야 했던 서운함이 남아 있다.
정일이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순남의 마음이 금방 풀릴 수는 없다. 정일은 가족과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순남은 그동안 겪었던 일을 쉽게 잊을 수 없다.
딸 예솔도 아빠를 낯설어한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하다. 예솔이 집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정일이 보지 못하도록 손으로 가리는 모습에서는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멀어졌는지 알 수 있다.
정일은 예솔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학교 체험학습에도 함께 가지만 갯벌에 도착한 예솔은 물가에 들어가기를 무서워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정일은 처음에 딸이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예솔에게도 오빠를 잃은 아픔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솔은 아직 어린아이다. 어른들처럼 자신의 마음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지만 오빠를 잃은 슬픔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솔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정일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아들 수호가 베트남에 있는 아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여권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다.
정일은 수호가 끝내 사용하지 못한 여권을 들고 공항을 찾아간다. 아들이 얼마나 아빠를 만나고 싶어 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정일에게는 수호와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이 가장 큰 후회로 남아 있는 듯하다. 정일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없고, 순남이 혼자 견뎌 온 시간도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지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영화에서는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같은 사람을 잃었어도 누구는 화를 내고, 누구는 미안해하고, 누구는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예솔의 모습을 보면서 남아 있는 아이의 마음도 잘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아들을 그리워하는 동안 예솔 역시 오빠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3. 전하는 메시지 : 수호의 생일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수호의 생일이 다가오자 주변 사람들은 생일 모임을 준비한다. 수호의 친구들과 가족, 이웃들이 모여 함께했던 일을 이야기하고 수호를 기억하는 자리다. 하지만 순남은 처음에 생일 모임을 반대한다. 아들이 없는 생일을 맞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준비하지만 순남에게는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일은 그동안 아들에게 해 준 것이 없다는 마음에 생일 모임을 열고 싶어 한다. 순남도 오랜 고민 끝에 모임에 참석한다. 생일 모임이 시작되자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차례로 이야기를 꺼낸다. 친구들은 함께 지냈던 날들을 떠올리고, 수호와 가까웠던 사람들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수호의 친구 성준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마음이 있다. 수호를 잃은 뒤 친구들 역시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이 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호와 함께했던 즐거운 일을 이야기하며 웃다가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린다.
순남과 정일은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수호의 모습을 듣는다. 부모에게는 아들이었던 수호가 친구들에게는 함께 장난치고 웃던 친구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생일 모임 장면은 영화에서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한 사람씩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서둘러 넘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조용히 듣던 사람들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웃고, 또 다른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수호가 어떤 아이였는지 조금씩 알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 초반에는 수호가 없는 집을 보았다면, 생일 모임에서는 수호가 살아 있을 때 사람들과 나누었던 시간을 만나게 된다.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누군가에게 슬픔을 잊으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수호를 기억하고 싶은 만큼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준다.
물론 생일 모임이 끝난다고 해서 가족의 아픔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날에도 수호는 돌아오지 않고, 정일과 순남은 여전히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가족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을 것 같다. 수호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했던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호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정일과 순남, 수호는 영화 속 인물이며 특정 가족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생일은 원래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날이다. 수호의 가족에게는 슬픈 날이지만, 수호가 태어나 함께 살아 주었던 시간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하다. 영화 <생일>을 보고 나니 힘든 사람에게 무조건 잊고 살아가라고 말하기보다, 그 사람이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