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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줄거리: 칼과 엘리의 약속, 풍선으로 떠난 여행

2. 등장인물: 칼과 러셀, 케빈이 만들어 낸 갈등

3. 결말 해석: 엘리의 모험책과 칼의 변화

1. 줄거리: 칼과 엘리의 약속, 풍선으로 떠난 여행

2009년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업>은 할아버지 칼이 집에 수많은 풍선을 매달아 하늘로 떠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풍선으로 집을 띄운다는 설정이 재미있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칼과 엘리가 함께 살아온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았다. 칼은 어린 시절 모험을 좋아하는 엘리를 만나 친구가 되고, 어른이 되어 결혼한다.

 

두 사람은 언젠가 남아메리카의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기로 약속한다. 오래된 집을 함께 고치고 여행 자금도 모은다. 하지만 자동차가 고장 나고 집을 수리해야 하는 등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모아 둔 돈을 꺼내 쓴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흐르고 엘리는 끝내 폭포에 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영화 초반에 결혼생활을 짧은 장면들로 보여주는데, 함께 집을 꾸미고 피크닉을 가며 나란히 늙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엘리가 떠난 뒤 혼자 남은 칼의 모습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칼이 사는 동네에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집 주변으로 개발 공사가 진행된다. 칼은 집을 떠나야 할 상황이 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집은 엘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칼은 지붕에 수천 개의 풍선을 달아 집을 하늘로 띄운다. 엘리와 함께 가지 못했던 파라다이스 폭포에 집을 가져다 놓겠다는 생각이다.

 

풍선이 한꺼번에 펼쳐지고 집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데 칼이 집을 통째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엘리와 함께했던 물건을 하나도 두고 가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행은 신나게 시작되지만 칼은 집을 지키는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쓴다. 집이 조금이라도 망가질까 걱정하고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반기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면서 칼이 과연 폭포에 도착한 뒤에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여행을 미룰 때마다 두 사람은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조금 더 일찍 여행을 떠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칼이 왜 그토록 집을 지키려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처음에는 고집스럽게 보였던 행동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2. 등장인물: 칼과 러셀, 케빈이 만들어 낸 갈등

칼이 집을 띄운 뒤에는 뜻밖의 동행자가 나타난다. 노인 돕기 배지를 받으려고 찾아왔던 소년 러셀이 현관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러셀은 질문이 많고 호기심도 많다. 혼자 조용히 여행하고 싶었던 칼은 러셀을 귀찮아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남아메리카로 향한다. 처음에는 성격이 너무 달라서 둘이 어떻게 여행을 이어갈지 걱정될 정도였다.

 

폭포 근처에서 러셀은 커다란 새를 만나 케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러셀은 케빈에게 먹이를 주고 금세 친구처럼 대한다. 이후 말하는 목걸이를 찬 개 더그도 따라온다. 칼에게 케빈과 더그는 여행을 늦추는 존재이지만 러셀은 이들을 두고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케빈이 위험해졌을 때 러셀이 먼저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어른보다 친구의 처지를 더 먼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칼은 어린 시절부터 존경했던 탐험가 찰스 먼츠를 만난다. 먼츠는 과거 자신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희귀한 새를 붙잡아 사람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그 새가 바로 케빈이다. 칼은 동경하던 탐험가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먼츠가 케빈을 잡으려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 케빈을 구해야 하는 순간에도 칼은 엘리와 살던 집을 지키는 일을 먼저 선택한다. 러셀은 그런 칼에게 화가 나고 결국 혼자 케빈을 구하러 간다.

 

러셀에게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대단한 여행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동차 색깔을 세던 시간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짠했다. 러셀이 아버지와 함께한 그 짧은 시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칼도 러셀과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를 단순히 귀찮은 아이로만 볼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함께 떠난 두 사람이 서로를 걱정하는 사이로 바뀌는 과정이 좋았다.

 

러셀은 야외 활동을 잘 아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서툰 모습도 보인다. 그런 러셀이 케빈을 구하겠다고 혼자 나서자 나까지 걱정이 됐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한 대상을 모른 척하지는 않았다. 러셀을 보면서 칼도 케빈을 그냥 두고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3. 결말 해석: 엘리의 모험책과 칼의 변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칼이 엘리의 모험책을 다시 펼치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던 책인데, 칼은 폭포 여행을 가지 못했으니 뒤쪽도 비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 엘리가 남겨 둔 사진들이 나온다. 결혼한 뒤 집에서 함께 지내고, 웃고, 나란히 늙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는 칼에게 새로운 모험을 떠나라고 격려하는 글도 남아 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칼이 조금 안쓰러웠다. 칼은 엘리와 약속했던 여행을 가지 못한 것이 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지만, 엘리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날들을 이미 소중한 시간으로 기록해 두었기 때문이다. 모험책을 본 뒤 칼은 러셀과 케빈을 구하러 가기로 한다. 집이 무거워 쉽게 뜨지 않자 안에 있던 가구를 밖으로 던져 무게를 줄인다.

 

앞에서는 집을 지키느라 케빈을 포기했는데 이제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집 안의 물건을 버린다. 칼은 먼츠의 비행선에서 러셀과 케빈을 구한다. 그 과정에서 집은 비행선에서 떨어져 사라지지만 칼은 더 이상 집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러셀의 배지 수여식에 참석해 엘리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주었던 포도 소다 병뚜껑을 특별한 배지로 건넨다.

 

영화 마지막에는 칼이 러셀의 배지 수여식에 참석하고,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나온다. 러셀은 앞서 아버지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가는 자동차의 색깔을 세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제는 칼이 러셀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러셀을 귀찮아하던 칼이 어느새 러셀을 아끼고 챙겨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칼의 집도 엘리와 약속했던 파라다이스 폭포 옆에 내려앉는다. 하지만 칼은 더 이상 집에 매달리지 않고 러셀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나는 폭포 옆에 놓인 집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마지막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칼과 러셀이 나란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엘리가 남긴 사진들을 보면 폭포에는 가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폭포에는 가지 못했어도 집에서 함께 보내고 웃었던 날들이 책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칼이 러셀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엘리를 그리워하면서도 러셀과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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