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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의 미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굿 윌 헌팅>의 윌 헌팅이 그렇다.
윌은 미국 보스턴의 MIT에서 청소부로 일하지만 학생들도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해결할 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책을 많이 읽어 역사와 철학에도 해박하고, 말싸움에서도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윌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좋은 직장을 얻거나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일을 마치면 오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농담을 나누며 익숙한 하루를 보낸다. 램보 교수는 그런 윌을 답답하게 바라보지만, 윌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잡는 것보다 지금의 생활을 떠나는 일이 더 어렵다.
<굿 윌 헌팅>은 천재가 성공하는 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MIT에서의 모습과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 상담가 숀을 만나 조금씩 달라지는 마음, 마지막에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그래서 수학 천재라는 특별한 설정보다 한 사람이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기까지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가 더 오래 남는다.

1. MIT 천재와 평범한 동네 청년의 두 가지 모습
윌이 청소부로 일하는 MIT에는 뛰어난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 있다. 어느 날 복도 칠판에 어려운 수학 문제가 적히고, 아무도 모르게 정답을 써놓은 사람이 나타난다. 램보 교수는 문제를 푼 사람이 자신의 학생이 아니라 학교를 청소하던 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윌의 특별한 능력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지만 윌은 자신의 재능이 알려졌다고 크게 들뜨지 않는다. 퇴근하면 처키를 비롯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술을 마시거나 장난을 치며 예전과 비슷하게 지낸다. 친구들도 그를 대단한 천재로 떠받들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일 뿐이다.
윌에게는 이런 관계와 생활이 무엇보다 편하고 익숙하다.
술집에서 하버드 학생과 논쟁하는 장면에서는 윌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상대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앞세우자 윌은 책의 내용과 논리를 정확하게 짚어가며 반박한다. 좋은 대학을 다니지 않았지만 지식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 능력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는 일이다.
램보 교수는 윌이 좋은 직장을 얻고 재능을 펼치기를 원한다. 교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도 인정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젊은이가 청소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에게 새로운 직업은 단순히 월급이 좋아지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동네와 친구들, 익숙한 생활에서 멀어져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영화 속 MIT와 윌의 동네는 분위기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한쪽에는 윌이 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이미 익숙해진 생활이 있다. 윌은 새로운 곳으로 갈 능력은 충분하지만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좋은 기회를 앞에 두고도 망설이는 윌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한다.
2. 숀과의 대화로 조금씩 달라지는 윌의 마음
윌의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는 계기 가운데 하나는 상담가 숀과의 만남이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잘 맞았던 것은 아니다. 윌은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기보다 상대방을 관찰하고 약점을 찾아내려고 한다. 누군가 자신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밀어내려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윌은 머리가 좋고 말도 빠르다. 불편한 질문을 받으면 농담으로 넘기거나 상대가 숨기고 싶은 부분을 건드려 대화를 피한다.
숀과 처음 만났을 때도 방에 걸린 그림을 보고 그의 개인적인 상처를 짐작해 자극한다. 그러나 숀은 윌과 누가 더 똑똑한지를 겨루려 하지 않는다.
공원 벤치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관계가 달라지는 중요한 장면이다. 숀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사랑이나 상실, 사람의 삶까지 모두 경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다. 윌이 가진 지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아는 방법에는 공부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담이 계속되면서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는 시간도 생긴다. 숀은 억지로 질문을 이어가거나 마음을 열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윌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린다. 처음에는 서로 불편했던 침묵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다.
후반부에는 윌이 어린 시절 겪었던 학대와 상처가 드러난다. 숀은 그 일이 윌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을 거듭 전한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윌도 결국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숀이 특별한 해결책을 알려준 것은 아니다. 판단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윌이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까지 곁에 있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대화만큼 침묵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익숙한 삶을 떠나 새로운 길을 선택한 윌
윌의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램보 교수는 뛰어난 수학 실력을 제대로 활용하기를 바라며 좋은 직장을 알아봐 준다. 반면 친구 처키는 자신과 같은 동네에서 계속 비슷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윌에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키가 윌에게 건네는 말은 두 사람의 우정을 잘 보여준다. 자신은 평생 이곳에서 일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윌까지 같은 생활에 머물기를 바라지 않는다. 언젠가 윌의 집에 찾아갔을 때 친구가 더 이상 그곳에 없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털어놓는다.
친구를 가까이에 붙잡아 두는 것보다 더 좋은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스카일라와의 관계에서는 윌이 왜 새로운 선택을 두려워하는지가 더 분명해진다.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하지만 관계가 진지해질수록 윌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마음을 열었다가 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새로운 직업을 피하는 행동과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는 모습은 달라 보이지만, 실패하거나 상처받을 가능성을 피하고 싶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숀과의 상담, 처키의 솔직한 이야기, 스카일라와의 관계를 지나면서 윌은 조금씩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램보 교수가 정해준 성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친구들과 계속 같은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결정하는 일이 필요했다.
마지막에 윌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익숙한 곳을 떠난다. 영화는 이후 그가 유명한 수학자가 되었는지, 좋은 직장에서 성공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보다 늘 선택을 피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따라 움직였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굿 윌 헌팅>을 보고 나면 처음에는 천재적인 수학 실력이 눈에 들어오지만 마지막에는 다른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익숙한 동네에서의 생활, 숀과 마주 앉아 보낸 시간, 친구가 건넨 진심과 윌의 마지막 선택이다. 무엇을 잘하는지 아는 것만으로 인생의 방향까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윌에게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복잡한 수학 공식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결정하고 직접 움직이는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