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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이야기의 시작 : 빚 대신 맡겨진 아홉 살 승이

2. 인물 관계 : 무서운 아저씨가 아빠가 되기까지

3. 전하는 메시지 : 다시 만난 두석과 승이가 남긴 이야기

영화 < 담보 > 포스터

1. 이야기의 시작 : 빚 대신 맡겨진 아홉 살 승이

1993년 인천. 사채업자 두석과 후배 종배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명자를 찾아간다. 명자는 어린 딸 승이와 함께 살아가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여성이다. 두석은 돈을 갚지 못하는 명자에게 화를 내다가 아홉 살 승이를 담보로 데려간다.

 

승이는 담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두 남자를 따라간다. 돈을 빌린 사람은 엄마인데,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가 낯선 어른들에게 맡겨지는 상황이 안타깝다. 두석은 명자가 돈을 마련하면 곧 승이를 데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다.

 

명자가 불법체류 문제로 강제 출국하게 되면서 승이는 엄마와 헤어질 처지가 된다. 명자는 딸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고,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입양 보낼 집을 알아본다.

 

승이는 새로운 집으로 가기 전 두 남자와 잠시 시간을 보낸다.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고, 좋아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에도 관심을 보인다.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위해 공연장에 들어갈 방법까지 찾아 나선다. 돈을 받으러 다니던 두 남자가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뜻밖의 웃음을 준다.

 

하지만 승이를 다른 집으로 보낸 뒤 문제가 생긴다. 좋은 집에 입양된 줄 알았던 승이가 실제로는 유흥업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두석은 승이를 찾아가고,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자신의 차까지 처분한다.

 

이 장면에서는 두석의 마음이 처음과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승이를 데려왔지만, 이제는 아이가 잘못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진 것이다.

 

결국 승이는 두석과 종배의 집으로 돌아온다. 세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생활을 시작한다. 빚을 받으러 갔던 일이 한 아이의 인생을 맡는 일로 바뀌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특별한 시작이다.

 

2. 인물 관계 : 무서운 아저씨가 아빠가 되기까지

두석은 승이를 다시 데려왔다고 해서 갑자기 다정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말투가 거칠고 화도 잘 낸다. 종배는 그런 두석 옆에서 승이를 챙기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세 사람은 가족처럼 보이기보다 처음에는 함께 사는 것이 어색한 사람들에 가깝다.

 

승이도 처음부터 두석을 아빠처럼 따르지는 않는다. 자신을 엄마와 떨어뜨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승이가 두석에게 자신을 '담보'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하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붙인 별명처럼 받아들였지만, 승이에게도 자신의 이름이 있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두석은 그런 승이의 마음을 알아 가면서 아이를 대하는 방법도 배운다. 학교생활을 챙기고,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고, 승이가 어디에 있는지 걱정한다. 말로는 귀찮다고 하면서도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승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러 가는 날도 그렇다. 두석은 시험장까지 데려다주고 합격하라며 엿을 건넨다. 특별한 말은 없지만 그동안 승이를 얼마나 아끼며 키웠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어린 승이가 어느새 시험을 보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도 뭉클하다. 영화가 세월의 흐름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시험장 앞에 선 두 사람을 보면 그동안 함께 보낸 시간이 느껴진다.

 

종배 역시 승이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두석이 무뚝뚝하게 굴 때 옆에서 말을 보태고, 승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다. 두 남자는 성격이 다르지만 승이를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같다.

 

이 영화에서 두석이 달라지는 모습은 억지스럽지 않다. 처음부터 좋은 아버지였던 것이 아니라 승이와 함께 살면서 조금씩 아버지 역할을 배운다. 승이도 그 시간을 지나며 두석을 믿고 의지하게 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세 사람의 관계에 웃음이 있다는 것이다. 서로 잔소리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런 평범한 모습 덕분에 오히려 실제 가족처럼 느껴진다.

 

3. 전하는 메시지 : 다시 만난 두석과 승이가 남긴 이야기

시간이 흘러 승이는 어른이 된다. 중국어 통역사로 일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어린 시절의 승이와는 다른 당당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두석과의 관계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두석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승이는 그를 오랫동안 찾게 된다. 종배도 함께 애쓰지만 쉽게 소식을 알아내지 못한다.

 

승이가 두석을 찾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예전에 두석에게 붙여 주었던 이름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단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지나갔던 일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을 이어 주는 열쇠가 된다는 점이 인상 깊다.

 

마침내 두석의 행방을 알아내지만, 다시 만난 그의 모습은 승이가 기억하던 모습과 다르다. 두석은 건강이 나빠져 예전처럼 승이를 알아보거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 장면을 보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사람이 다시 만났는데도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승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두석을 찾았는지 알기에 재회의 기쁨만큼 안타까움도 크게 느껴진다.

 

어릴 때는 두석이 승이를 찾아 데려왔고, 어른이 된 뒤에는 승이가 두석을 찾아 나선다. 서로를 찾는 두 번의 사건이 영화의 앞과 뒤를 이어 준다. 물론 처음에 승이를 빚의 담보로 데려온 행동은 잘못된 일이다. 두석이 나중에 승이를 잘 키웠다고 해서 그 사실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석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려 했고, 이후 오랜 시간 승이를 돌보았다는 점에서 그의 변화가 마음에 남는다.

 

영화 제목인 '담보'도 마지막에는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돈 대신 맡겨진 아이를 뜻했지만, 두석과 종배에게 승이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담보>를 보고 나니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꼭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플 때 걱정해 주고, 중요한 날 곁에 있어 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찾는 사람도 가족이 될 수 있다.

 

특히 두석과 승이의 마지막 만남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함께한 시간을 한 사람이 잊어버리더라도 다른 한 사람의 마음에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영화 <담보>는 가족이 되는 특별한 방법보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아끼고 지켜 주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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