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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재즈 공연을 앞둔 조에게 일어난 뜻밖의 사고

2. 22가 피자와 낙엽에서 발견한 살아가는 즐거움

3. 꿈을 이룬 뒤 조가 다시 바라본 평범한 하루

 

재즈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조 가드너는 오랫동안 기다린 공연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기쁜 소식을 들은 날 사고를 당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 <소울>은 조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 22가 뉴욕의 하루를 함께 겪으며 서로 다른 것을 배우는 이야기다.

영화 < 소올 >

1. 재즈 공연을 앞둔 조에게 일어난 뜻밖의 사고

뉴욕의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조 가드너는 정식 교사 자리를 제안받는다. 어머니 리바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다며 기뻐하지만, 조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서는 일이다. 그러던 중 옛 제자 컬리의 소개로 색소폰 연주자 도로시아 윌리엄스의 밴드 오디션을 보게 된다. 조는 피아노 연주로 실력을 인정받고 그날 밤 공연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길을 걷던 조는 열린 맨홀에 빠진다. 정신을 차린 그의 영혼은 죽음 이후의 세계로 향하는 길에 서 있다. 평생 기다린 무대를 놓칠 수 없었던 조는 그 길에서 벗어나고,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지구에 갈 준비를 하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조는 지구에 가기 싫어하는 영혼 22를 만나 뜻하지 않게 멘토 역할을 맡는다.

 

22는 여러 유명한 인물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지구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조는 22가 지구행 통행증을 완성하도록 도우면 자신도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영혼이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일이 꼬인다. 22는 조의 몸에, 조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로하던 고양이의 몸에 들어간다.

 

조는 자신의 몸으로 처음 세상을 경험하는 22를 따라다니며 공연 준비를 서두른다. 반면 22는 거리의 소리와 음식, 사람들의 말에 자꾸 관심을 보인다. 조가 평생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대에 오르는 한순간이었지만, 22에게는 길을 걷는 시간부터 새롭다. 어머니와 다투던 조가 결국 아버지의 양복을 건네받는 장면도 눈에 띈다. 리바는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그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받아들인다. 이 장면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가족이 대화를 통해 한 걸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꿈을 말하는 장면은 단순히 부모가 반대하고 자식이 설득하는 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리바는 남편이 음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하기에 아들이 같은 길에서 다칠까 걱정한다. 조는 그 걱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에게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다. 그래서 양복을 건네는 행동은 무조건 성공하라는 응원보다,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마음에 가깝다.

 

2. 22가 피자와 낙엽에서 발견한 살아가는 즐거움

22가 조의 몸으로 처음 맛본 피자는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한 번도 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 22는 맛과 냄새에 놀라고, 거리를 걸을 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조에게는 공연장에 가기 전에 서둘러 지나쳐야 할 길이지만 22는 발걸음을 늦춘다. 영화는 이 차이를 통해 같은 장소에서도 사람마다 발견하는 것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발소 장면은 특히 흥미롭다. 조는 오랫동안 단골 이발사 데즈를 찾아갔지만 늘 자신의 음악 이야기만 했다. 그런데 22는 데즈에게 어떻게 이발사가 되었는지 묻는다. 데즈는 원래 수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 때문에 다른 길을 택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발사 일이 좋다고도 한다. 조는 자신이 자주 만난 사람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22는 길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을 듣고, 바람에 날리던 작은 잎사귀가 손바닥에 내려앉는 순간도 기억한다. 피자는 먹고 사라지지만, 잎사귀는 소중한 물건처럼 간직한다. 이런 경험은 22에게 특별한 직업이나 재능이 없어도 지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영화에서 말하는 ‘불꽃’을 평생 해야 할 일이나 뛰어난 재능으로 이해하면 22의 고민을 놓치기 쉽다. 조도 처음에는 음악처럼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2는 피자를 먹고,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잎사귀를 바라보면서 삶에 관심을 갖는다.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 모르더라도 새로운 하루를 살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거창한 일을 해내지 않아도 오늘 재미있었던 일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이 부분의 매력이다.

 

특히 데즈의 이야기는 조의 생각을 흔든다. 조는 재즈 연주자가 되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여겼지만, 데즈는 처음 원했던 직업과 다른 일을 하면서도 만족하며 살아간다. 직업이 달라졌다고 그 사람의 하루가 가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22가 건넨 짧은 질문 하나가 조에게도 새로운 대화를 열어 준 셈이다.

 

3. 꿈을 이룬 뒤 조가 다시 바라본 평범한 하루

조는 결국 꿈꾸던 재즈 공연을 무사히 마친다. 무대에서는 피아노 연주에 몰두했고, 관객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자 생각만큼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래 바라던 목표를 이뤘으니 모든 것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내일도 다시 일어나 하루를 보내야 한다. 조는 그 사실이 낯설다.

 

도로시아는 바다를 찾는 어린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물고기는 바다가 어디 있느냐고 묻지만, 사실 이미 바닷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조도 언젠가 성공하면 비로소 삶이 시작될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음악을 가르치던 시간, 어머니와 나눈 대화, 뉴욕 거리를 걷던 날들도 이미 그의 삶이었다. 이 이야기는 꿈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꿈만 기다리다 다른 시간을 지나치지 말라는 뜻에 가깝다.

 

집으로 돌아온 조는 22가 모아둔 작은 물건들을 꺼내 본다. 지하철 표와 실타래, 잎사귀 같은 물건들은 조에게 별것 아니었지만 22에게는 처음 살아본 하루의 기록이었다. 조는 피아노를 치며 자신이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과 가족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동안 음악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이 없는 순간까지 쓸모없는 시간으로 여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한편 22는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생각과 멘토들에게 들었던 말, 조의 상처 주는 말 때문에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조는 22를 찾아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인정하고, 22가 지구에서 느꼈던 기쁨을 떠올리도록 돕는다. 처음에는 무대로 돌아가기 위해 22를 이용하려 했던 조가 이제는 22의 첫걸음을 응원한다.

 

영화는 조가 이후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는 주어진 하루를 충분히 살아보겠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가족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식사를 즐기고, 길에서 마주친 풍경을 볼 수 있다. <소울>의 마지막은 성공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다리던 날이 오기 전의 평범한 날들도 이미 자신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다.

 

조의 변화가 더 설득력 있는 까닭은 공연의 기쁨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는 무대에 서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실제로 멋진 연주를 해냈다. 다만 공연이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배운다. 한 번의 성공으로 모든 고민이 사라지지 않아도, 그날을 위해 애쓴 시간과 그 밖의 일상은 모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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