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만약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바꾸고 싶을까. 실수했던 말이나 놓쳐버린 기회를 고치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을지도 모른다. <어바웃 타임>의 팀에게는 이런 상상이 실제로 가능하다. 스물한 살이 된 그는 아버지로부터 집안 남자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팀이 시간을 되돌리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잘하고 싶어서이고, 가족과의 시간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다. 처음에는 시간여행을 이용해 원하는 순간을 만들어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팀은 아무리 특별한 능력이 있어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 영화로 시작하지만 사랑과 가족,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평범한 하루에 관한 이야기로 조금씩 모습을 바꿔간다.
1. 사랑을 얻기 위해 시작된 팀의 시간여행
팀은 성인이 된 뒤 아버지에게 놀라운 가족의 비밀을 듣는다. 어두운 공간에서 집중하면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실제로 과거로 돌아간 팀은 이 능력을 자신의 연애 문제에 사용하기 시작한다.
팀은 런던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뒤 메리를 만난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지만 팀이 다른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면서 처음 만났던 순간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그는 메리를 다시 찾아가 관계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시간여행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주는 마법이 아니라 하나를 바꾸면 다른 일이 달라질 수도 있는 선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후에도 팀은 실수한 순간을 고치거나 메리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다.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그러나 팀과 메리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시간여행의 비중은 조금씩 달라진다.
사랑은 완벽한 말을 골라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는 아이가 태어나고 부부에게 새로운 책임이 생긴다. 팀은 자신의 선택이 자신만의 과거를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시간을 마음대로 수정하는 일이 가족에게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의 팀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가족이 생기면서 모든 순간을 원하는 모습으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시간여행이라는 특별한 설정을 통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완벽한 연애 방법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까지 자신의 뜻대로 만들 수는 없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2. 아버지와의 마지막 시간이 바꿔놓은 능력의 의미
영화 중반 이후 가장 깊은 감정을 만드는 사람은 팀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시간여행이라는 비밀을 알려준 사람이면서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도 먼저 보여준다. 그는 능력을 이용해 큰돈이나 명예를 얻는 대신 책을 읽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삶을 선택했다.
팀에게 아버지는 언제든 돌아가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죽음 자체를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다. 더구나 팀의 가족에게 새로운 아이가 생기면 과거로 돌아가는 일에도 이전과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때 시간여행은 원하는 것을 얻는 편리한 능력에서 이별을 어렵게 만드는 능력으로 바뀐다. 팀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과거로 돌아가 그를 만날 수 있다.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작별을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
두 사람이 어린 시절의 해변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거창한 사건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함께 걷고 뛰었던 평범한 시간을 선택한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순간이 화려한 성공이나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했던 하루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버지와의 이별을 통해 팀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의 한계를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그 시간을 충분히 살아가는 것이었다. 영화의 시간여행이 로맨틱한 장치에서 가족의 시간과 이별을 바라보는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다.
3. 두 번 살던 하루를 한 번만 살아보기로 한 이유
팀의 아버지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아들에게 알려준다.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본 뒤 다시 그날로 돌아가 한 번 더 살아보는 것이다. 첫 번째에는 업무와 걱정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두 번째에는 다르게 보인다. 주변 사람의 표정이나 짧은 대화, 거리의 풍경처럼 특별할 것 없던 순간에도 여유가 생긴다.
팀도 이 방법을 따라 해 본다. 같은 하루인데도 처음에는 짜증스럽거나 힘들었던 상황이 두 번째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일어난 사건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팀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팀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더 이상 하루를 두 번 살지 않고 처음부터 두 번째 삶처럼 바라보기 시작한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 지나가는 하루를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변화는 영화의 시작과 정확히 반대되는 모습이다. 처음의 팀은 실수를 고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을 수정하면 더 좋은 삶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의 팀은 완벽하지 않은 하루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출근하고, 아이를 돌보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대단한 사건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그 시간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순간이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는 것을 팀이 알게 된 것이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마음대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뒤 오히려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삶에 도착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질문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꿀까’에서 ‘오늘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어떻게 보낼까’로 달라진다. 특별한 하루를 기다리는 것보다 평범한 오늘을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